2022년 6월 28일 새벽 2시 잠자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다. 명치부터 아랫배까지 처음 느껴본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어젯밤 먹은 음식을 생각하니 약간 상한 거 같기도 하고 해서 일단 급성 설사 때 먹는 약을 먹었다. 근데 이걸 먹어도 통증은 가시지 않고 점점 더 아파오더라. 시간은 새벽 3시 20분경 도저히 안될 거 같아서 옷을 주워 입고 차를 타고 근처 사랑의 병원으로 운전해서 갔다. 119를 부르자니 오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내가 가는 시간이 빠를 거 같아서 직접 운전했는데 다행히 새벽이라 차도 없고 5분 정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응급실에 가서 아픈곳 설명하고 누워있는데 점점 더 아파오기 시작하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배를 잡고 바닥에 데굴데굴 구른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실감이 나더라. 일단 진통제를 투약하고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는데 그때까지도 충수염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근데 선생님이 충수염일 거라고 CT를 찍어보자고 해서 속으로 아 X 됐구나 싶었다. CT를 찍기 전 무슨 조영제를 투입한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이게 좀 느낌이 안 좋다. 무슨 느낌이냐면 뜨거운 물 먹으면 식도로 내려가면서 뜨거운 느낌이 드는데 이건 몸 전체가 갑자기 화끈해지고 혈관 하나하나마다 뜨거워지는 느낌이랄까? 암튼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렇게 CT 촬영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10분 정도 지나니 바로 나오더라. 결과는 충수염이었다. 아 내일 회사는 어쩌지 쌓아놓은 일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누워있는데 선생님이 와서 지금은 새벽이고 하니 아침 일찍 수술하자고 하는데 뭐 별수 있나 하라면 해야지.
그렇게 기다리고 아침 9시 20분쯤 수술실로 들어갔다. 깨고 나면 수술 끝나 있으니 긴장하지 말라고 하는 간호사 목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착하게 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머리도 뒤죽박죽이고 수술실은 왜이리 춥고 배는 다시 아파오고 긴장은 어찌나 되던지 정말 죽을 맛이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호흡기를 내 코에 갖다 대고서 심호흡하라고 해서 한 3번 정도인가 했는데 그 뒤로 기억이 없다. 깨어나 보니 수술은 끝나 있었고 나중에 들은 얘긴데 마취가 풀리면서 헛소리를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 춥다고 이불 달라고 하고 간호사 이쁘다고 하고 아프다고 진통제 달라하고 별 생쑈를 다 했다 하더라. 암튼 그렇게 수술 무사히 마치고 깨어났는데 담당 의사가 말하길 충수가 약간 터져서 고름이 흘렀고 다행히 빨리 병원에 와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복막염이 심하면 현재 의학 수준으로도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하니 배가 무지 아프면 일단 병원에 가서 검사하자 그게 살길이다. 그렇게 쉬고 있는데 첫째 날은 무조건 금식이다 수술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이지만 장에 무리가 가서 내리는 조치다. 수술 당일 저녁 6시쯤 물은 마셔도 된다는 말이 있었다. 근데 아파서 밥이고 뭐고 안 들어간다. 수술 당일은 소변도 잘 안 나오고 대변 역시 안 나왔다. 밤에 잠을 자는데 수술부위가 당기고 아파서 진통제를 2번인가 맞았다. 무통주사도 맞았는데 이게 부작용이 있다. 방광까지 마취가 돼버려 소변이 잘 안 나온다. 어떤 느낌이냐면 한 90% 정도 소변이 차서 배출해야 하는데 15% 정도 배출되고 안 나온다. 그럼 75%는 그대로 남아있는 거다. 힘도 잘 안 들어가고 힘주면 배가 아파서 힘도 못준다. 이게 심하면 요도에 관을 꽂아 강제로 배출시켜야 하는데 다행히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다.
거기다가 저렇게 피 주머니 까지 차고 있어야 하니 고생이다. 수술부위에 직접 가느다란 관을 꽃아 고름 등을 빼낸다고 하는데 저것도 은근히 아프다. 움직이고 뒤척일 때마다 관 끝이 장을 찌르는 게 느껴진다.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느껴졌다. 수술 후 다음날은 아침 점심 저녁 흰 죽과 간장이 나오는데 속을 달래기 위함이다. 수술 당일보다 다음날이 더 아픈데 이유를 물어보니 첫째 날은 진통제다 마취 다해서 아직 약기운이 남아있다면 다음날은 그런 것들이 많이 없어져 더 아프다고 한다. 통증을 줄이고 빨리 회복하려면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해서 병실을 걸어 다녔다.
그렇게 3일째가 되고 그날부터는 반찬이 있는 일반 식사로 바뀌게 된다. 아마 이날 방귀가 나왔을 거다. 첫날과 둘째 날은 아직 장이 활성화되지 못해서 안 나오고 대부분 3일째 되는 날 나온다고 하더라. 냄새가 무지하게 지독하다. 3일 만에 나온 거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날부터는 고통도 줄어들고 둘째 날 보다 더 오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나흘째 되는 날 퇴원했는데 다행히 수술도 잘되고 복막염 증세도 심하지 않아 그리 빨리 퇴원할 수 있었다 하더라. 이건 사람마다 틀리다고 하니 참고하자. 입원하면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충수염 환자가 의외로 많이 있었다. 첫날 응급실에서만 3명 정도를 보았고 그 사람들도 전부 수술했다. 그리고 병실에 올라와서만 3명 정도를 더 보았다. 이게 아주 흔한 질병인가 보다. 그리고 내 맞은편에 아저씨가 있었는데 이 양반은 충수가 터졌는데도 무려 10일 동안을 별 고통 없이 지냈고 10일째 되는 날 배가 아파서 병원을 찾아 그때서야 수술하고 입원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하며 그 아저씨도 수술이 잘돼서 잘 돌아다니셨다. 근데 너무 잘 돌아다녀 수술부위가 터지고 피가 많이 흘러 수혈까지 했다. 참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암튼 이래저래 많은 경험 했다.
수술에 대해 얘기하자면 복강경 수술을 했다. 저런 모양이라는데 마취가 되서 보진 못했다. 다만 수술 당일 마취에서 깨고 보니 배꼽과 좌우 쪽에 거즈가 달려 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저렇게 수술한 거 같았다. 다행히 복막염이 심하지 않아 저렇게 한 것이지 복막염이 심할 경우는 개복수술을 진행하고 내장을 들어내고 세척까지 한다고 한다. 진짜 배가 심하게 아프면 무조건 병원 가자 그게 살길이다. 수술 시간은 약 1시간 담당 의사는 "이두인" 복강경-암 센터장이고 입원 기간은 4일 수술비 입원비 서류비등 해서 전부 약 120 정도 나왔다. 담당의사 "이두인" 센터장님은 수술과 충수염에 대해 친절히 설명도 잘해주시고 선한 인상을 가지신 분이라 믿음이 갔다. 그리고 내가 갔던 병원은 안산 사랑의 병원이다. 내가 알기로 1998년인가 개원했고 그때는 종합병원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별관을 새로지어서 내부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 입원하는 내내 편하게 지냈다. 개인용 침대도 예전에는 수동으로 높낮이 등을 조정했다면 이제는 리모컨으로 조정할 수 있어 편해졌다. 오늘이 7월 6일이고 수술한 지 약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수술부위가 당기면서 아프다. 실밥은 오늘 풀었고 약도 아직 2틀치 남아있다. 얼른 회복돼서 시원한 맥주 한잔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진짜진짜 평소와 다르게 배가 아프다 그러면 병원가서 얼른 검사하자 그게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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